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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CH RECORDING

12 AUGUST, 2019


하양(白)은 기록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새하얀 도화지를 마주했을 때, 한 편의 글을 쓸지 한 폭의 그림을 그려야 할지 왠지 모를 흥분이 온몸을 감싼다. 
어떤 형태나 빛깔이든 채울 수 있다는 그 무궁무진함이 저절로 창작을 이끈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하얀 빛깔을 띤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연스럽게 기록의 대상이 되었다. 명함과 연애편지로 쓰이기도 했고, 
천마총의 그림이나 그 유명한 팔만대장경이 일부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또한, 타고난 경도, 유분, 항균 능력 덕분에 오래도록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이스트로그의 FW2019 시즌은 가공된 종이와 모니터 화면 속의 그림이 아닌 하얀 자작나무 껍질에 기록한 컬렉션을 생각했다. 새롭지만 동시에 오래된 역설적인 배경지에 표현된 창작물이다. 
그래서 각각의 컬렉션 피스들 모두 차분한 모양새다. 색감도 채도가 낮아 오래된 기록 뒤에 남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떠올리게 한다. 

룩북은 그런 의미로 부러 자작나무 숲을 찾았다. 그 예전 그랬던 것처럼 하얀 자작나무에 컬렉션을 직접 기록해봤다. 
때는 눈이 소복하게 내린 겨울이었다. 비록 같은 하양을 지녔지만, 자작나무는 일시적인 눈과 대비되어 영원처럼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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